9. 도서관/__사. Network

전문화된 뇌 - 뇌의 기능분화와 적응성

행복 금융 2008. 10. 30.

양쪽 뇌를 보면 뭔가 다른 점이 있죠?

 

오른쪽은 정상인의 뇌이고, 왼쪽은 심각한 수두증(水頭症, 뇌수종)으로 인해 뇌가 거의 텅 비어버린 환자입니다. 뇌가 대부분 소실되고 물만 남아 있는 상태죠. 이 환자는 이런 상태로 얼마나 살다가 사망했을까요?

 놀 랍게도, 이 환자는 죽지 않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아무런 문제없이 일상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대학을 나왔고, 직장생활을 하면서 정상적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간혹 약간의 두통을 호소하는 정도 외에는 정상인과 다를 바 없었습니다. 물론 의사들은 깜짝 놀랐죠. 이 환자는 정상인의 10%정도밖에 뇌가 남지 않았으니까요.

 

 뇌는 놀라운 기관입니다. 엄청난 손상을 입어도, 특유의 적응력으로 기능을 회복하고 적응해 나갑니다. 사실 대뇌의 상당부분이 제거되어도, 사람이 생존하는 데는 큰 지장이 없습니다. 실제로 100여년 전까지만 해도, 정신분열증 환자를 치료하는 데 흔히 쓰였던 방법은 전두엽절제술, 즉 뇌의 앞부분 1/3가량을 뭉텅 잘라내는 것이었습니다.(물론 환자의 포악한 발작은 사라지지만, 지능의 대부분을 상실한 공허한 상태가 되긴 합니다.)

이 끔찍한 사고의 주인공은 19세기 철도 근로자였던 피니어스 게이지라는 환자입니다. 그는 폭파사고로 쇠막대가 머리를 관통하는 사고를 당했죠. 하지만 그는 죽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를 막대는 제거하지 못했기 때문에, 서커스에서 구경을 시켜주는 일을 했습니다. 하지만 손상된 뇌부위는 전혀 불필요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선량하고 긍정적이었던 그는 사고 이후로 방탕하고 폭력적이며, 제어하지 못하는 성격으로 바뀌었습니다.

 

 뇌는 놀라운 적응력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피니어스의 경우처럼 특정 부위를 손상당하면 특정한 기능을 상실하기도 합니다. 그것은 뇌가 구역별로 담당하는 기능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피니어스처럼 전두엽을 대부분 손상당하고도 성격이 바뀐 정도라면 양호한 편이지만, 만약 조금이라도 안쪽 구조 - 구뇌 old brain 에 해당하는 - 을 다쳤다면 그는 아마 즉사했거나 결코 정상적인 생활을 못했을 겁니다 . 구뇌는 신뇌(new brain)보다 본질적인 기능, 즉 소화, 호흡, 감정반응, 기억 등을 담당하니까요.

 

 

브로카의 영역이라고 불리는 좌측 전두엽의 영역은, 언어기능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프 랑스의 의사인 브로카는, 자신의 환자중 '탄 Tan'이라는 별명을 가진 환자의 뇌를 관찰하다가 이 영역을 발견했습니다. 탄은 실어증이었고, 오직 '탄! 탄!'이라는 말밖에 하지 못했습니다. 이후 유사하게 언어장애가 있는 환자들의 사후에 뇌를 부검해보니, 공통적으로 이  영역이 손상되어 있었던 거죠. 브로카 영역 약간 뒤쪽에 있는 베르니케 영역이라는 부위는 역시 언어장애와 관련됩니다. 베르니케영역이 손상된 '베르니케 언어증후군'의 환자들은, 브로카 실어증과는 달리 말은 매우 유창하게 하지만, 무의미하고 연관되지 않은 문장들을 구사하게 됩니다.

 

 이 처럼, 뇌는 기능이 분할되어 있으면서도 놀라운 유연성을 보여주는 기관입니다. 오늘날에는 연구를 통해 뇌의 각 부분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상세히 알려져 있습니다. 인간뇌지도계획 Human Brain Mapping project는 전 세계적 연구를 통해, 인간의 뇌 기능을 매핑하려는 시도입니다.

 

 

' 좌뇌는 계산, 우뇌는 창조' 같은 분류보다는 훨씬 복잡하죠? 그러나 위의 지도도 매우 간략하게 표현한 것이고, 현재는 훨씬 복잡하고 세밀한 뇌 기능지도가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촉각을 느끼는 기능처럼 단순한 기능은 '왼쪽 새끼손가락 두번째 마디'의 감각을 담당하는 부분까지도 정교하게 매핑되어 있지만, 보다 고차원적인 기능 - 즐거움을 느끼는 기능 - 은 좀 더 모호하고 퍼져 있으며, 추리와 같은 고도의 기능은 전두엽 전반에 걸쳐 이루어지기 때문에, 정확한 뇌지도를 만들기 쉽지 않습니다. 고차원적 기능은 사람마다 처리방식이 다르기도 하고, 또한 정신이란 단순하게 뇌기능과 1:1로 연결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죠.

 

 하 지만 이러한 정교한 뇌기능지도와, 첨단의 뇌영상기법은 어느정도 사람의 심리적 상태를 직접적으로 들여다 볼 수 있게 해줍니다. 특히 원초적인 감정반응은 비교적 뇌반응으로부터 알 수 있으며, 사실 인간행동의 상당부분은 원초적 감정에 의해 좌우되기 때문에, 마케팅과 같은 고차원적 활동을 해석하는데도 응용될 수 있는 것입니다.


댓글

💲 추천 글